My first trip/09 Spain2011.05.05 19:32



마드리드는 마치 드라큘라들의 도시같았다.
숨이 턱턱 막히던 한낮의 더위는 채가시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얼굴에선 생기가 넘쳐났고 표정도 한층 밝아져있었다.
낮동안 꾹 참고 해가지면 화끈하게 풀어버리자고 약속이라도 한듯, 끊임없이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 곳에 빽빽이 자리잡고 있는 수많은 가게들은 밀려드는 주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주방엔 쉴새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주문에 보조를 맞추느라 열기가 후끈후끈했다.
분명 낮엔 대부분의 가게가 파리만 날릴정도로 한산했는데 말이다...



 
가게의 노상테이블에 가득 자리잡고 수다를 떨고있는 사람들



# 1, 이렇게 여행하면 결국 탈난다.

여행당시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었건만, 정작 첫도시인 마드리드 사진은 별로 없다.
귀국후, 사진을 정리하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유는 의외로 단순한 곳에 숨어있었다.

우리나라와 거의 반대편에 있는 스페인, 시차가 한국과 8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그렇다보니 입국후 몇일간은 평소 제정신, 제체력이 아니었다.
만약 이 여행이 처음이 아니고 이전에도 홀로 이곳저곳을 떠나며 어느정도 지식이 축적된 상태에서 행해졌더라면
체력안배를 염두에 두고 잠도 푹 자며 느긋하게 여행했을 것이다.

허나 이 당시에 난 의욕만 넘치고 무대뽀정신으로 무장한 혈기왕성한 처녀배낭여행자였다.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고자 새벽까지 바에서 술마시며 늦게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 다 자고 있는 새벽 6시에 기상해서 활동하는, 지금보면 참으로 무모한 짓을 일삼았다.

첫날은 오기로 어떻게 버텨냈지만 결국 둘째날에 탈이 나고야 말았다.
이날도 어제밤에 늦게 잠들었음에도 6시가 조금 넘어서 몸을 일으켰다.
프라도 미술관은 아침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긴줄을 각오해야만 한다고 익히 들어왔기에
여독이 덜 풀려 납덩이 같은 몸을 이끌고 그곳으로 향하였다.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이 곳, 프라도미술관
그 명성에 걸맞게 수천점의 작품이 전시되어있고 건물크기도 어마어마해
유명한 화가작품들 위주로만 둘러봐도 족히 반나절을 걸릴 것 같았다.

처음 서너시간은 미술작품에 푹 빠져 피곤함도 잊은채 돌아다녔지만
수많은 작품들을 보며 그것들에 대한 감흥이 반감되었을 무렵 극심한 피로함이 엄습해왔다.
이건 어떻게 거부할 수 없는, 만약 이겨낼려 몸부림치면 내 생명에 지장이 올 것 같은 그것이었다.

지금 이곳에서 고백하지만, 눈좀 붙이고 남은 작품을 볼 요량으로 인적이 뜸한 3층 화장실 한칸에 들어가 앉아
고개를 무릎사이에 박고 그대로 기절했다.  하지만 이렇게 불편하게 자는데 피로가 풀릴리가 있나...
결국 이 날 남은일정을 눈물을 머금은채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 기절한듯 잤다.




 
마드리드의 여러 광장 중 가장 유명한 '마요르 광장' 일년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난 이 광장이 해가 완전히 지면 더 활기찰 줄로만 알고 밤늦게 자정이 다 되어서야 찾아갔다.
허나 이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물론 아직 많은 사람들이 남아있었고, 은은한 조명 아래 낭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지만
TV에서 보았던 거리의 예술가가 악기를 연주하며 아이들이 활기차게 뛰어노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 곳을 떠나며 다음에 다시 오게된다면 꼭 낮에, 그것도 벼룩시장이 열리는 일요일에 찾아가리라 다짐했다.



밖은 한산하지만 실내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자정이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낮같이 환한 주변과 넘쳐나는 차량들

Posted by 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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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에서만 보던 건물들... 야외 테이블이 고흐 그림 느낌나네요.. : )

    2011.05.05 19: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로미님~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여행기 만나네요 ㅎㅎ
    저 이번달 말에 스페인 갈 예정이예요^^ 정보 많이 얻고 갈께요~

    2011.05.05 21:24 [ ADDR : EDIT/ DEL : REPLY ]
    • 휴가 때 마다 글을 쓰시다니!! 항상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제대하시면 폭풍글 기다려 볼께요~

      2011.05.06 09:01 [ ADDR : EDIT/ DEL ]
  3. 오랜만에 포스팅 하셨네요 ^^
    반가운 마드리드네요.
    저도 스페인 여행의 입문을 이곳으로해서... 사진에 담으신 풍경을 처음 만났더랍니다.

    2011.05.05 22:48 [ ADDR : EDIT/ DEL : REPLY ]
  4. 좋은곳 갔다오셨네요. 저도 10년전에 이베리아반도 여행을 계획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취소하고... 영영 기회가 안오네요.
    제 생애에 한번 가볼수 있을까요....ㅜㅜ

    2011.05.05 23: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지금쯤이면 슬슬 제대하실 때가 되었을텐데~'하는 마음으로 들렀는데 이게 왠일이래요~ 뉴 포스팅!! ^^ 반가운 마음으로 잘 감상했습니다!! ^^

    2011.05.09 17: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