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테지만, 군대에 있다보면 자신과 대화를 나눌 때가 많다.
온갖 오락거리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벗어나, 오랜기간 산과 바다에 둘려쌓여있음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특히, 칠흑같이 어둡고 야생의 소리만이 선명히 들리는 야간에 경계근무를 설 때나 잠 못 이루는 밤일때면, 더욱 심해진다.
그동안 잊고있었던 가족의 소중함도 되새겨보고 훗날 전역후 무엇을 할지 계획도 짜보며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순간들도 떠올려 보게 된다.

이 때, 난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았다.

"언제 어디서든 땡전한푼 들이지않고 끄집어내어 반추할 수 있는 추억거리"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던 훈련소때부터 전역하던 그날까지 그때의 추억을 꼽씹으며 살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인생이라는 긴 시간에 있어 그 짧디 짧았던 순간이
이렇게나 큰 힘과 위안이 되어주고 있다는게 그저 놀랍고 고마울 따름이다.



                                  리스본에선 보기 드문, 화려함이 밀집해있는 아우구스타 거리 



위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필경 이런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리스본과 별관계 없어보이는 혼자만의 생각을 왜이리 주절거려놨을까?'

이제야 주절거렸던(!) 것을 써먹을 기회가 왔다.
위 글은 뒤에 이어질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가기 위한 밑바탕이다.
물론 되도않는 감상을 읊조린 면도 없지않아 있지만...

군에서 음미했던 여행에 대한 기억들 중 반이상이 포르투갈에 대한 것이다.
비록 유럽이란 대륙에서 가본 곳이라곤 고작 두 나라뿐이지만, 포르투갈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만약 스페인이 나같이 감정을 지닌 인간이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편애가 심하다.



                           리스본에 온 직후 처음 본 길거리 공연가, 목소리 하난 정말 쩌렁쩌렁했다.


       리스본 여행의 묘미인 트램, 도시 구석구석을 운행하므로 타 교통수단 필요없이 어느 곳이나 찾아갈 수 있다.

     


솔직히 말해 한나라의 수도라고 하기엔 너무나 작고 그다지 볼만한 명소도 없다.
하지만 느긋이 도시를 거닐다보면, 이를 보상해주고도 남을 매력이 숨어있다는 것을 이내 깨닫게될 것이다.

온몸이 빠싹 탈정로 뜨거웠던 스페인과 달리 내내 온화했던 기후, 도시 이곳저곳을 덜컹거리며 운행하고 있는 노란 트램,
높이가 낮고 세월을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건축물들,  겸손하며 친절하고 선한 웃음을 띠고있던 사람들.

마드리드의 높고 세련된 건축물, 엄청난 인파 · 교통량이 주던 위압감, 초라함이 아닌, 마치 고향에 온 듯 푸근하고 정이갔다.
그간 고생했다고 따듯하게 감싸안아주며, 푹 쉬라고 위로해주는 어머니같은 도시이리라.



탑의 형태 때문에 "테주 강의 귀부인'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벨렝의 탑', 과거 정치범 수용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유럽 어디에서도 보기힘든 세계최대 규모의 국립 마차박물관



신시가지엔 구시가지와 달리, 건물들이 듬성듬성 자리잡고 있으며 여느 수도처럼 세련되고 깨끗하다.
그렇다고 볼 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테주강 최하구에 위치해있기에 시원한 바닷바람과 독특한 내음을 풍기고 있으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제일의 국립마차박물관, 우아미를 뽐내는 제로니모스 수도원,
입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파스텔 데 나타'가 기다리고 있다. 

 


가게엔 항상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리스본에서 가장 맛있는 에그타르트를 맛보기위해...



요즘 에그타르트는 KFC, 파리파게뜨 같은 대형체인점부터 곳곳의 카페까지 너도나도 만들어 팔고있다.
국외로 시야를 넓혀보면, 인기드라마 '궁'과 '꽃보다남자'에서 소개된 탓인지 마카오의 그것이 독보적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것이 마카오의 디저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에그타르트의 기원은 포르투갈 리스본의 벨렘지구이다.
이 곳에선 흔히 '나타' 혹은 '파스텔 데 나타'라고 불리는데, 에그타르트의 원조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가장 맛있는 '파스텔 데 나타'를 맛볼 수 있는
'Pasteis de Belem' 이라는 가게에 가보았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주문에 쉼없이 만들어지는 에그타르트, 자그마치 하루에 1만4천개씩 구워낸다고 한다.



1837년에 처음 문을 연 이래, 현지인뿐만 아니라 각국의 여행자들에게도 사랑을 듬뿍 받고있다.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내력뿐아니라 이 곳의 기막힌 맛 때문인데, 비법은 지금까지 근 200년간 단 세 사람만이 알고있다고 한다.
 
그래서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이 곳에서만큼은 잠시 질서의식을 잊도록 하자.
교양인처럼 가만히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것만큼 무모하고 바보같은 짓은 없다.
만일 이렇게 한다면 절대 사지 못한다.

손에 돈을 움켜쥐고 겹겹의 인막을 뚫고들어가 적극적으로 주문하자.
 




노릇노릇 구워진 에그타르트, 진한 커피 한잔과 먹으면 그만이다.                             출처: http://blog.naver.com/trarmufo
 


간신히 손에 넣은 후, 한 입 베어물어 보았다. 
바삭한 겉껍질이 부서지며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이 입안을 촉촉히 적시었다.
이내 달콤한 향기가 온몸 가득 퍼져나갔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와 옹기종기 모여있는 건물들


엘레바도르 싼타 후스타, 리스본의 명물이자 랜드마크이다. 전망이 죽여주니 꼭 올라가보자.

 


Posted by 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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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닷가의 붉은 지붕, 그림같은 풍경이네요. ^^

    2011.05.15 21: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강인호

    멋진곳이죠. 리스본 2002년 출장중에 5일간 리스보아를 둘허 봤던 기억이 나네요...

    2011.05.16 01:07 [ ADDR : EDIT/ DEL : REPLY ]
  3. 우와~ 맛있어 보이는 에그타르트!!! KFC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되겠군요ㅠㅠㅠㅠ
    벨렝의 탑을 찍으신 세 장의 사진 중, 첫 번째 사진이 참 마음에 들어요..^^
    과거 수용소로 사용된 곳이라고는 하지만, 빨간 옷을 압은 아이가 사진 속에 함께 담겨져 있는 덕분에 묘한 매력을 풍기는 사진이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저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아참!
    제대를 축하드립니다 ^^

    2011.05.16 21: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이태리 여행을 과감히 포기하게 만들었던 로미님의 포르투갈, 스페인 여행.. ^^
    그 중에도 저는 역시나 포르투갈이었어요.
    포르투갈 여행을 멋지게 제대로 하고 싶은 그 욕심에 스페인을 먼저 선택하고.. 내년의 포르투갈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는.. ^^
    벌써 설레요.. 사진과 글들 보니까..
    아~ 난 몰라요!!!! ㅋㅋ

    2011.05.23 13: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아, 포르투칼이라니요~ 너무 간만에 만나는 풍경들, 참 반갑네요.
    다시 제대로 여행가고픈 곳 중에 한 곳인데요. 사람들도 아주 친절하고
    스페인에 비해 좋은 기억만 있는 나라였다지요.^^

    2011.06.18 00: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읽고 또 읽고. 보고 또 보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오래전 제가 했던 포스팅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때는 왜 포르투갈의 매력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2011.09.29 19: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